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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구원받지 못한

어디를 둘러 보아도 황금 빛으로 빛나는 공간. 만들어진 영원한 왕, 스펜이 지키고자 했던 '살아있었던 자' 들의 기억이 모인 공간.

"이렇게 컸구나……!"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들이, 한 곳에 모여 인사를 나누고, 마음을 다잡고, 작별을 고한다. 사랑했던 자를 떠나 보내는 것인데도 어쩐지 얼굴빛에 혈기가 돈다. 떠나보낸 자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덕이리라. 리빙 메모리를 중지시키는 여정에서 만난 뜻밖의 인연은 그 곳에 있는 자들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

한 사람을 제외하고.


레이노드 메모리즈의 나무 벤치에 웅크려 앉은 하치도리는 이 상황이 매우 숨이 막혔다. 소중한 동료가 자신의 친부모를 만났다.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더라도 생전 그들의 기억을 품고 있는 자들이다. 기억으로 만들어진 그 존재는 몇십 년 만에 만난 자신의 딸에게 찰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분명 축하해야 할 일인데. 기뻐해 줘야 하는 일인데.

"……부모님을 여기에서 만나게 되다니, 기쁘겠다."

자신의 입에서 쿠루루에게 건넨 그 한 마디에는, 돌덩어리가 눌러앉은 것 같았다.

"저기…… 나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레이노드 파이어는 너희끼리만 다녀올래? 난 레이노드 메모리즈에서 조금 쉬고 있을게. 다음 레이노드는…… 같이 갈 테니까."

급하게 핑계를 대고 도망치듯 레이노드 메모리즈로 돌아와 쉬고 있던 그였다.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차마 동료들 앞에서 내뱉지 못한 깊은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처음 시작은 조라쟈의 군대가 툴라이욜라를 습격하고, 기괴한 장치의 힘으로 되살아난 조라쟈가 굴루쟈쟈의 가슴을 관통했을 때였다. 눈 깜짝할 새에 자신의 친부를 해한 조라쟈는 툴라이욜라의 당대 무왕 우크라마트에게 분하다면 '자신'의 나라로 쳐들어와 목을 베어 가라고 선포했다. 우크라마트가 조라쟈와 맞붙을 동안 굴루쟈쟈의 응급 치료를 돕고 있었던 하치도리는,

'헛소리 하네.'

그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쳤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뼈다귀도 아니고 이 나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용연대 대장이라는 놈이, 국민과 왕을 해하고 할 수 있는 말이던가.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왜?'였다. 굴루쟈쟈는 툴라이욜라의 왕 이전에 조라쟈의 아버지다. 그것도 2왕자와 1왕녀처럼 양자녀도 아니라, 굴루쟈쟈의 피를 직접 이어 받은 친자 아닌가. 굴루쟈쟈가 자녀를 학대하고 백성들을 괴롭게 만들었다면 아버지를 해하면서까지 툴라이욜라의 평화를 되찾아야 했겠지만, 툴라이욜라의 따뜻한 햇살 아래 피어난 백성들과 자녀들의 미소는 이 나라가 무엇보다 태평성대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조라쟈가 굴루쟈쟈에게 반기를 들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반기를 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때부터 하치도리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모험을 시작하기 전부터 울티마 툴레에 가던 그 순간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를 품은 채 자신의 목표를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라쟈 또한 굴루쟈쟈를 해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버킵 상공의 조라쟈는 끝까지 본인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뭐지…… 어디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지……?"

그 모습이, 하치도리는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좋은 환경에서 충분히 사랑 받고 자랐을 터다. 오래 봐 온 사이는 아니지만, (아마 이왕까지 포함해서) 굴루쟈쟈는 친자 양자 나누지 않고 제 자식들에게 모두 똑같은 사랑을 나누어 주었을 것이다. 툴라이욜라의 백성들은 강인한 그를 칭송하고, 그 중에는 그가 다음 왕위를 이어받길 원하는 지지자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에 보답하지 않은 것은 조라쟈 본인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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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을 떨어라 아주."

조라쟈와 우크라마트가 서로가 짊어진 것을 걸고 결투를 다짐한 직후, 하치도리는 조라쟈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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